연구자2014. 7. 27. 21:39

간 좀 봐주세요

박시현 지음 / 푸른복지 / 10.12.03

 

 

복지사업을 할 때, 복지사가 그 주도권을 기꺼이 포기하고 사업을 이루어가는 것은 쉬울 것 같아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 길은 돌아가는 길이요, 더 많은 노력과 인내와 이해가 필요한 길이며,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읽어가며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할 가치가 있다면, 그것이 잘 되는 길이요, 당사자의 삶을 살아가시도록 하는 길이며, 지역사회가 살아나고 복지의 씨앗이 주위로 퍼져나가는 선순환의 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복지사업 하는 사례를 ‘간 좀 봐주세요’라는 책에서 볼 수가 있었다.

 

당사자의 생각을 묻고, 그대로 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것은 ‘살아있다’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의학계에서 ‘뇌사’를 사망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반면, 신체활동이 불편한 스티븐 호킹 박사나 닉 부이치치 같은 사람을 보면 누구보다도 더욱 살아있다고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살아있음을 정의할 때, 숨쉬고 심장이 뛰는 생리학적 생존보다 사고하고 결정하는 ‘정서적·이성적’ 판단을 더욱 중요시한다는 반증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사회복지를 할 때에 당사자의 삶이 주도적이 되도록 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생명을 느끼게 하는 방법이요, 사회복지사의 뜻대로 따르게 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죽음을 느끼게 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반찬을 만들 때 무엇을 만들지, 생신잔치를 어디서 할지, 나들이를 언제갈지 물어보고, 그 뜻에 따르는 것은 생명을 주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그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어도, 더 좋은 것을 알고 있어도 모르는 척 당사자의 뜻에 따르는 것이 사회복지사의 태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욕심을 내려놓고 포기해야 한다. 사회복지사의 생각에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과정 속에서 당사자와 이웃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는 함께 하는 것이다. 적절히 필요한 역할을 주어 기여하게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게 하고 도움을 받게 하여 더욱 깊은 정을 나누게 하는 것이다. 사회복지사는 때론 각본가가 되고 때론 지휘자, 조명감독이 된다. 해야할 일들을 나열해놓고 역할 하나하나의 배역을 지역사회에 부탁하고 감사한다.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경험은 그 자신에게 큰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이후 자신이 도움이 필요할 때 이웃에게 부탁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러한 도움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이웃간 더욱 친밀감과 정이 생기게 되고 지역사회 공동체가 더욱 살아나게 된다. 

 

지역사회의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 사회복지사는 때로는 의도적으로 지역사회에 역할을 부여하고 부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의 활성화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공동체로 살아간다는 것을 경험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자연스럽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회복지하는 것은 당사자와 지역사회에도 익숙하지 않은 일이다. 당사자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시도록 여쭈어도 그냥 알아서 해달라는 수동적인 대답에 몇 번을 여쭈고 설득해야 비로소 그들 자신의 생각을 꺼내신다. 그냥 준비해서 하면 되는데 여러 사람 만나 묻고 그 의견을 조율해서 하려니 일이 더 어려워보인다. 하지만 그 방법이 모두가 살아나는 참된 복지의 방법이라면 그 수고를 기꺼이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간 좀 봐주세요. 곱씹을수록 참 좋은 말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스럽고 살아있는 자신들의 삶을 잘 살아가도록 거들고 주선하는 일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그 한 마디 말 속에서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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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ooja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