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남자치고는 눈치가 빠른 편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그게 사실 살아가는데 도움은 꽤 된다.
하지만, 알고도 모르는 척하고 있어야 할 때도 많이 있는데
그게 안되서
오지랖이 넓어 피곤하고 남들 문제에 끼어서 중간에서 머리 아픈 일이 종종 있었다.
사회 조직이라는 곳이 실제로 따져보면 성과급 주는 경제논리가 통하질 않아서
열심히 하면 더 해야 하고
제대로 하면 눈총받고
잘 지내면 바라는게 많고
더 해주면 못해줄 때 욕 얻어 먹으니
남들 생각, 배려 좀 덜하고 눈치 좀 없자
그게 편하겠다.
어차피 책 속에 나오는 성과 보상이란 것도
남이 한거 자기가 한 듯
안 한거 많이 한 듯
잘못 한거 잘 한듯
그러는 사람이 가져가는 세상이더라
사무실은 멀쩡한 건물이되 노래방에서 승진을 하더라
하루 이틀 백일 천일을 그 꼴을 보다보니
손가락질 하던 그런 사람이 내 이상형이 되어가더라
주민번호 6자, 7자로 시작되는 사람들이 말하길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계란도 깨지고 병신 계란 소리를 듣는다더라
내 중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이 엄청나게 비위가 좋은 분이였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는데
세상은 참 좋은 곳이라고 가르쳐 주셨기 때문이라
실망에 실망을 거듭한 청춘이
날개 꺽여 날지 못하는 현실을 큰 한숨에 담을 수 없으니
자꾸만 바른 말 수가 줄고 신발이 닳지 않는 것이다.
바늘도둑의 뺨을 때리지 못할지언정
소도둑을 장려하는 사회에 내리는 가랑비
그 비에 옷 젖어가는 나를 문득 거울에서 마주치니
나도 모르게 고개가 돌려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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